Today/그 여자 그 남자

PRESENT, 소피아를 위한 선물

통통펭귄 2020. 3. 13. 04:49

 

시내 정 중앙에는 큰 뮤지엄이 하나 있다. 

그곳을 들어가면 간단한 와인 한 잔이나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BAR겸 카페가 하나 있고, 그 오른쪽에는 뮤지엄 샵이 있다. 

거기에서는 엽서나 예술에 관련된 거의 모든 책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도 판매한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가려고 그곳에 들렸는데,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은 듯 하다. 

커피 한 잔 마실 자리를 찾지 못해, 책을 구경하려고 서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서점에 들어서는 찰나 구석에 있는 어린이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한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온다.

10분 동안 어린이 코너에 꼽혀있는 모든 책들의 표지를 둘러보더니, 이내 한권을 집어 든다.

곁눈질로 살짝 보니 "어린 왕자. 

표지에 그려진 행성 위에 앉아있는 여우와 어린 왕자 사진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책을 훑어 보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여보, 나야! 내가 책을 하나 찾았어! 어린 왕자인데 말이야. 이 책이 소피아한테 어려울까? 그녀가 읽을 수 있을까?“

그가 아내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손녀에게 줄 선물을 의논하는 것 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오래된 폴더 핸드폰에서 큰 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직 그녀가 읽기에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아. 그 글을 그녀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을까?“

그의 아내에게 전화하기 전, 이미 그는 마음을 굳힌 듯이 대답한다.

"그럼 우리가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같이 읽으면 되지않을까? 그럼 소피아도 좋아할 터이고 말이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전화를 끊고 계산대로 갔다. 

그러고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포장된 "어린 왕자"를 들고 서점을 나섰다. 

 

그 할아버지가 떠난 자리에서 나는 마지막 한 권 남은 어린 왕자 책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그의 선물은 책 그 자체가 아니라 손녀와 보내는 그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 않을까.

먼 훗날 손녀가 그의 선물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더이상 곁에 없을 그가 주는 선물. 

 

그의 현재, Present.